최근 몇 년 사이 보이스피싱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단순한 사기 전화 수준을 넘어, 은행 직원이나 경찰, 심지어는 자녀를 사칭한 전화까지 등장하며 고령층을 노리는 범죄 수법이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송금 앱을 사용하는 부모님들은 실제 금융거래와 혼동해 사기 전화를 믿고 응대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를 예방하려면 전화가 걸려왔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을 알고 있어야 하며, 그 첫 반응이 사기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를 받았을 때 부모님이 바로 취해야 할 실제적인 대응 방법을 단계별로 안내한다.
‘돈’, ‘계좌’, ‘송금’이라는 단어가 들리면 일단 전화를 끊는다
보이스피싱은 대부분 전화를 통해 시작된다. 상대방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거나, 수사기관이라며 급하게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어가 들렸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부모님이 전화에서 ‘계좌 확인’, ‘송금 지시’, ‘이체 지연’, ‘보안 점검’, ‘비밀번호 확인’ 같은 표현을 들었다면, 무조건 통화를 중단해야 한다. 이것이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행동이다. 사기범은 긴박한 상황을 연출해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에, 대화가 길어질수록 속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송금 앱 사용자라면, 앱 사용 중 계좌 오류나 보안 문제 해결을 이유로 전화가 올 수 있다며 부모님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실제 앱과 연결된 문제처럼 보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하지만 실제 금융기관은 절대로 전화를 통해 계좌 비밀번호나 앱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직접 통화를 끊는 것이 어렵다면, 자녀가 사전에 “이런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전화를 끊으세요”라는 기준을 설정해 드리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통화를 끝낸 후 다시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도록 안내하고, 낯선 번호는 저장하지 않게 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전화가 이상했다면 먼저 자녀나 가족에게 바로 전화한다
보이스피싱은 피해를 입기 전까지 정상적인 금융거래처럼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고령층은 상대방의 말을 믿고 그대로 따르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혼자 판단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바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한 전화가 왔을 때, 부모님이 가장 먼저 해야 할 두 번째 행동은 자녀나 가까운 가족에게 즉시 전화를 거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상황을 말로 설명하면서 사기 여부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금융 보안팀”이라고 소개하며 송금 앱 관련 보안 오류를 말하거나,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라면서 계좌 거래 내역을 요구했다면, 이를 가족에게 바로 설명하게 하면 대부분의 경우 이상한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자녀가 미리 부모님께 “전화로 누가 뭘 요구하든 먼저 나한테 전화부터 주세요”라고 말해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고령층이 자주 사용하는 송금 앱이 카카오페이나 농협 앱일 경우, 앱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사기범이 신뢰를 얻으려 하기 때문에, 가족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런 속임수를 걸러낼 수 있다.
또한 가족에게 먼저 전화하는 습관은 사기범의 두 번째 시도, 즉 ‘추가 안내’나 ‘경찰 연결’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시나리오를 막는 결정적인 장치가 된다.
송금 앱 실행 또는 ATM 방문은 절대 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의 핵심은 피해자가 직접 돈을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대방은 ‘지금 송금하지 않으면 계좌가 정지된다’, ‘보안 점검을 위해 앱을 실행하라’, ‘현금서비스를 받아 ATM에 입금하라’는 등의 지시를 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부모님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행동은 어떤 조작도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송금 앱을 실행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인증번호를 입력하거나, ATM에 나가서 기기를 조작하려는 행동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송금 앱은 매우 빠르게 이체가 가능하고, 한 번 보내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보이스피싱에 자주 악용되는 수단이다. 사기범은 부모님의 송금 앱 사용 경험을 간파하고, 자주 사용하는 앱 이름까지 말하며 조작을 유도한다.
이럴 때 부모님이 앱을 실행하거나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하면, 이미 사기 시나리오가 실행 단계에 접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자녀가 평소에 “전화로 앱 실행하라는 말은 무조건 사기야”라고 반복적으로 설명해주고, 앱 안에 있는 송금 기능이나 이체 버튼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ATM 방문도 같은 맥락이다. 상대방은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은행에 직접 방문하세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기기 앞에서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송금을 유도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전화를 끊은 직후 금융사나 경찰에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면, 그 전화가 정말 의심스러운지 아닌지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식 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고령층은 낯선 전화를 받았을 때, 다시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대기하라는 지시에 따르기 쉽지만, 절대로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서는 안 된다.
부모님이 해야 할 정확한 행동은 전화를 끊은 직후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의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 통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협을 이용한다면 1661-3000, 국민은행은 1588-9999, 신한은행은 1577-8000 등 각 은행의 고객센터로 직접 연결하면 된다.
또한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센터나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신고번호인 1332를 활용하면, 사기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받을 수 있다.
송금 앱 사용자라면, 앱 내 고객센터 메뉴나 보안 신고 기능을 통해도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 앱에서는 고객센터를 통해 이상 거래나 보이스피싱 피해 가능성을 바로 신고할 수 있는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
부모님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한 신고 절차가 아니라, 전화가 끝난 뒤 신뢰할 수 있는 곳에 확인 전화를 하는 습관이다. 그 한 통화가 계좌를 지키는 결정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계좌 지급정지부터 요청한다
만약 실수로 송금을 했거나, 상대방에게 계좌번호나 인증번호를 알려준 경우라면 즉시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때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은 돈을 인출하거나 다른 계좌로 이체할 수 있기 때문에 분 단위의 대응이 필요하다.
부모님이 송금 앱을 통해 이체했을 경우에도, 앱에서 직접 ‘신속 지급정지 요청’ 또는 ‘고객센터 연결’ 메뉴로 접속해 신고를 진행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은행 앱이나 간편송금 앱은 이러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시간에 관계없이 온라인으로 요청 가능하다.
또한 은행 고객센터나 금융감독원의 피해 긴급대응 통합 콜센터(1332)를 이용하면 신속하게 계좌 지급정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지급정지가 완료되면, 이후 피해금 환급을 위한 절차가 가능하며, 사기범이 자금을 인출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자녀는 부모님과 함께 자주 사용하는 송금 앱이나 은행 앱에서 피해 신고 기능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 연습하거나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피해 발생 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는 것이 두 번째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은 누구나 속을 수 있지만, 전화가 걸려온 바로 그 순간에 취하는 첫 행동이 피해 여부를 결정짓는다. 특히 고령층은 경계심이 약해 통화를 길게 이어가거나, 지시에 따라 행동하기 쉬우므로 사전 교육과 반복적인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 안내한 다섯 가지 행동, 즉 위험 단어가 들리면 전화를 끊고, 가족에게 먼저 전화하고, 앱 실행이나 ATM 조작은 하지 않고, 공식 기관에 전화해 확인하고, 피해 시 즉시 지급정지를 요청하는 대응을 반복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송금 앱이 보편화된 지금, 이런 앱조차도 사기의 도구로 악용되는 현실에서 부모님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은 ‘대화’와 ‘연습’이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낯선 상황에서 판단을 멈추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이 글을 계기로 부모님과 함께 보이스피싱 대응 훈련을 시작해보길 권한다. 금융사기를 막는 건 결국 작은 습관 하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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